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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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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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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에는 악보가 없습니다(뉴스엔조이에서 펌)

저는 이번 성탄절에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지휘할 예정입니다. 물론 64곡이나 되는 곡을 전부 연주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대곡을 찬양하기에 저희 성가대 실력은 턱없이 부족하거든요. 또한 실력에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연주 시간이 2시간 30분을 넘나드는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예배 찬양으로 올릴 생각은 아직 없습니다. 지금 봉사하는 교회에서라면 더 그렇습니다.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전곡을 연주하지 않는 이유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바흐도 칸토르(음악 감독)로 봉사하고 있던 라이프치히 시의 성토마스교회에서 이 작품을 초연할 때 6회에 걸쳐 나눠서 찬양했거든요. 6부로 구성된 곡이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예배에서 전곡 연주가 무리라고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두 번째는 교인들에 대한 배려 차원입니다. 콘서트라면 또 모를까, 성가대원들에게조차 낯선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위해 찬양만 2시간 30분이나 걸리는 예배를 드리라면 어떤 교인이 견딜 수 있겠나 싶더군요.

사도바울은 은사가 모두 좋은 것이지만 교회가 알아들을 수 없다면 일만 마디 방언보다 교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다섯 마디 말이 더 낫다(고전 14:19)고 했습니다. 바흐가 최고라는 점을 새삼스레 말할 필요는 없지만 교인들이 은혜나 감동은커녕 성탄 찬양 때문에 괴롭기만 하다면 연주를 하지 않거나 대다수 교인들이 바흐 음악을 이해하고 좋아하기까지 유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동방박사들이 헤롯을 찾아가 왕이 어디서 탄생할 것이냐고 묻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5부만을 연주할 계획입니다. 바흐는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제5부를 신년 첫 주일이었던 1735년 1월 2일에 초연했습니다.

한국교회 음악의 과도한 미국 의존

어느 때보다 이번 성탄절 곡 선택이 어려웠습니다. 그 자세한 사정을 다 말할 필요는 없겠으나 두 가지 이야기는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교회 성가대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미국 일색의 레퍼토리 편중 현상을 꼽습니다. 40대 이전에도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 곡들을 연습할 때 몸에서 버터 냄새나는 것 같은 이상 증상을 느낀 것은 40대 초반부터입니다.

어느 해인가, 열심히 성탄 찬양 연습을 하다가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싶더군요. 머리가 아니라 몸이 미국의 리듬과 화성을 밀어내더군요. 어떤 곡을 선택해도 가사나 음악의 흐름에서 별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20여 년 동안 미국에서, 그것도 20세기에 작곡된 곡만을 찬양했더니 입에서 단내가 났던 겁니다.

제가 아는 한, 최소 2006년 10월까지는 미국 위주의 성가 악보 출판문화가 견고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은 서양의 클래식 음악이었지요. 비발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멘델스존, 브루크너 등도 우리의 소리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20세기 미국에서 작곡된 부활이나 성탄 칸타타보다는 견딜 만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한국교회의 바흐 홀대

하지만 한국교회의 음악 편중 현상은 서양 클래식 작곡가의 작품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교회에서 헨델의 <메시아>는 하이든의 <천지창조>나 멘델스존의 <엘리아> 또는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에 비해 너무 자주 연주됩니다. 반면에 바흐는 이상할 정도로 연주가 되지 않습니다. 바흐가 그러니 페르골레시나 로시니나 하인리히 쉬츠나 베를리오즈나 리스트나 베르디의 심오한 종교음악들이야 말하면 뭐하겠습니까.

우리 사회에서 바흐 음악이 어렵고 지루하다는 통념이 깨지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입니다. 외국 저명 연주 단체가 바흐 음악을 가지고 내한 연주를 하면 표가 매진되기 일쑤고, 대형 서점에 나가면 바흐 작품 중에서 그리 잘 알려진 곡이 아닌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음반을 열 종류 이상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교회 성가대에서 바흐는 아직까지도 거의 볼모지에 가깝습니다. 한 번만 눈을 뜨면 좋아하는 것을 넘어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작곡가가 바흐인데 말입니다. 장르에 관계없이 전 세계 뮤지션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작곡가가 바흐 말고 누가 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때문에 성가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바흐로부터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바흐를 어려워하고 기피하려 드는 성가대원들을 설득하여 현실을 돌파해야 한다는 과제는 떠안아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걸터앉은 악보 복사

제가 가지고 있던 한국어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1992년에 출판된 것입니다. 이 곡에 도전하기 위해 악보를 찾으니 절판되었더군요. 처음엔 외국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출판한 악보가 아니고, 바흐가 서거한 지 260년이 더 지났기 때문에 저작권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복사해 쓰려고 했습니다. 전곡도 아니고 악보집의 1/6만 복사하는 것인데 무슨 문제가 되겠나 싶었던 거죠.

저는 저작권법 시행 이전인 1994년부터 지금까지 성가대 악보를 전부 구입해서 사용했습니다. 한국교회 성가 악보 출판문화가 현재의 모습으로 정착하는 데 기여한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 복사는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찜찜한 마음은 가시지 않더군요.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절판된 곡이니 일부 복사를 허락해 주면 출판사로부터 양해를 구했다는 사실을 악보 표지에 밝히려 했던 것입니다. 과거에도 꼭 하고 싶은 곡이 있는데 1년 악보 예산을 다 썼을 땐 출판사 허락을 받고 그렇게 복사해 썼거든요. 그러나 그 출판사는, 절판된 악보를 원하면 일주일 안에 보내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날 통화로 저는 한국어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가 아직도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취득하지 못한 상태일지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을 구입해 보니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의 저작권자를 의미하는 'ⓒ' 표시를 찾을 수 없더군요.

저작권법 시행 14년의 성가 악보 출판 현실

마음이 복잡해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 저작권 정책과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유권해석을 부탁했지요. 판매가 목적이 아니고, 저작권이 없던 시대에 출판된 저작물이니 일부 복사를 한다 해서 문제가 되겠느냐고 하더군요. 법에 저촉된다는 것도 안 된다는 것도 아닌 애매한 대답이었습니다. 이렇게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 권에 2만 원이나 하는 악보집을 교회에 사 달라고 말 꺼내기가 쉽지 않더군요. 하지만 고심 끝에 악보를 구입했고, 지난 9월 마지막 주부터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성가대 악보 복사를 싸잡아 불법으로 단정하면서 '어떻게 도둑질한 악보로 하나님께 찬양할 수 있느냐'는 투로 교회의 잘못된 복사 문화를 바로잡겠다는 방식의 운동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가 보여 준 것처럼 저작권법이 시행된 지 만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성가집 출판 현실은 그리 투명해 보이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저작권 보호라는 문제 자체에 내제하지만 말입니다.

지적재산권의 태생적 한계

우리나라에서 저작권이란 용어가 최초로 사용된 것은 1908년이었습니다. 한일 합방 이전이었지만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권리는 미국과 일본이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1908년에 체결한 일미조약에서 보듯, 미국과 일본은 자국의 이익 보호를 위해 지적재산권을 타국에 강요할 뿐 자기들은 '지적재산권의 두 축을 이루는 공업재산권 보호를 위한 파리조약(1883년)과 저작권의 근간인 베른조약(1886년)'에 1989년까지, 그러니까 무려 100년이 넘도록 가입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지적재산권 보호는 일부 특권층의 이익을 대변해 온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고, 국가 간의 지배와 종속을 고착화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할 때 또한 많았습니다. 과거엔 교회와 정부들이 자기들에게 불리한 정보의 확산을 제한했다면 이제는 기업들까지 나서서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지식과 정보의 확산을 방해하는 형국입니다.

때문에 저는 1980년대에 시작된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을 지지합니다. 미국의 리처드 스톨먼은 인류의 지적 자산이 소수에게 독점되는 소프트웨어의 상업화에 반대하며 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리누스 토르발즈의 리눅스 프로그램 공개는 이 운동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되었지요.

그 결과 저작권 보호를 고집하지 않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들이 생겨났습니다. '검색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나누어 주고 복제를 허용한 뒤 검색에 필요한 검색 장비 시장을 공략하는' 등의 실천이 뒤따랐던 겁니다. 정보 공유가 일부 독점재벌이나 제국주의 국가에 의해 정보를 독점당하는 것보다는 인류에 훨씬 유익이 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을 정녕 모르기 때문인지, 아직도 많은 교회들은 복사 문화를 흑백논리로 재단하려 듭니다. 마치 저작권을 순결하게 옹호해야 하고, 그 부분에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정직한 교회 문화는 악보를 출판하는 쪽과 사용하는 쪽 모두의 노력으로 이룩되는 것이지 한쪽은 선이고, 다른 한쪽은 악인 것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남형두 교수의 말처럼 "교회는 솔선수범하여 저작권을 지키되, 세상을 향해서는 교회 저작물을 자유롭게 쓰라"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균형 감각을 잃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 악보는 달이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고, 작곡가가 생각한 음악을 부분적으로만 보여 줍니다. 악보에 충실하되 그것의 노예가 되지 않았을 때 우리의 찬양은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입니다. (사진 제공 지강유철)

악보를 사이에 둔 대원과의 치열한 싸움

찬양할 곡을 결정하고 현실적으로 악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지휘자가 악보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아닙니다. 악보를 놓고 벌어지는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 싸움이 얼마나 치열한가 하면, 악보를 읽고 해석하는 지휘자 본연의 일이 오히려 가벼워 보일 정도입니다. 물론 이런 싸움은 제가 지휘했던 성가대들이 비전공자 위주였기 때문에 발생한 일일 것입니다.

1년에 한 번 정도 노래방을 따라 갑니다. 노래방을 그리 좋아하지 않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노래방에 간 이상 누구든 망가지며 놀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선 맘에 들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는 가요가 거의 없다는 사실도 저를 주춤거리게 만들지요. 가사가 기억나면 제목을 모르겠고, 멜로디에 자신이 있으면 가사가 생각이 안 나니 미치는 거죠! 악보만 있다면 '만사 오케이'겠지만, 어떤 노래방에도 악보는 없더군요.

10여 년 전에 성가대원들과 노래방에 간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대중가요가 빙산의 일각이란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지요. 가슴에 와 닿는 가요가 그렇게 많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머릿속 악보에 노래를 옮겨 적다 보니 한국어의 맛과 멋을 절묘하게 살려 낸 섬세한 리듬에 탄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이런 노래들도 모르고 난 뭐 하고 살았나' 싶었습니다. 100여 년 전 미국에서 작곡된 곡이 태반인 <새찬송가>의 리듬이 얼마나 유치하던지!

노래방에서만 신바람 나는 성가대원들

하지만 그 노래방에서 가장 저를 놀라게 만든 것은 함께 간 성가대원들이었습니다. 악보를 제대로 읽지도,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대원들이 성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요를 잘 부르더군요. 저분이 교회에서 다소곳하고, 노래에 자신감 없어 하던 그 성가대원이 맞나 싶었습니다. 충격이었죠.

악보만 있으면 노래는 물론 지휘도 가능하단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지휘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노래책만 뒤적이고 있을 때, 자기가 지금 부르고 있는 노래의 악보를 한 번도 구경하지 못했을 게 틀림없는 C급 대원은 펄펄 날았거든요. 그때 깨끗하게 인정했습니다. 악보 읽을 줄 모르는 성가대원도 문제지만 악보 없이 한 곡도 못 부르는 지휘자는 더 문제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왈츠를 제대로 표현할 악보는 세상에 없어

지난달에 쓴 글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현재의 기보 체계는 매우 불완전합니다. 때문에 새로운 음악적 사조가 발생할라 치면 그 변화된 소리를 담아 낼 새로운 악보 기보법도 함께 생겼던 것입니다. 이렇게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악보가 얼마나 불완전한 체계인지 설명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현재의 기보 체계로 트로트를 제대로 악보에 옮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혹시 가능하다 하더라도 악보가 너무 어려워 서민은 물론 가수들조차 악보 때문에 애를 먹을지 모릅니다. 우리의 소리인 창을 서양 기보법으로 표현하는 데도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서양의 왈츠 리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왈츠 리듬의 '꿍짝짝'의 길이가 균등하다고 알고 있지만 왈츠의 본고장에서는 첫 박자가 가장 길고, 두 번째 박자가 다음으로, 마지막 박자는 가장 짧게 연주합니다. 이를 정확하게 악보에 그리려다 보면 문제가 더 복잡해집니다.

유럽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다소 기형적이고 불규칙한 왈츠 리듬을 몸에 익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김치를 먹고 몸속에 국악 리듬이 흐르는 우리들에게 왈츠 리듬은 당혹스럽지요. 유럽의 음악도가 우리 음악을 연주해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겠지만 말입니다.

악보로부터 해방되어야 시작되는 찬양

악보는 달이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고, 작곡가가 생각한 음악을 부분적으로만 보여 줄 수 있을 뿐입니다. 실제 연주에서 악보는 연주자에게, 특히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비전문가 성가대원들에게 자기가 내는 음정이 떨어지는지,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발음과 음색으로 노래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해 주지 않습니다.

자기 파트 소리가 너무 크거나 작아서 전체 합창의 균형과 조화를 깨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영역은 결국 악보를 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고 지휘자에 집중하거나 귀를 훈련시키는 방법 이외에는 달리 대책이 없습니다.

교통법규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운전에서는 백미러를 보고, 적당한 타이밍에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실제 연주에 들어가면 매우 복잡한 상황이 전개가 되는데 이런 상황에 대해 악보는 연주자에게 아무런 말도 해 줄 수 없습니다. 그 영역의 최후 책임은 지휘자가 져야 하겠지만 대원들이 할 역할도 분명 있습니다. 좋은 귀를 훈련하는 일이겠지요. 물론 연주자는 악보를 벗어날 자유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보는 해석되어야 하고, 연주는 또 다른 영역의 문제들이 해결될 때에만 아름다운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노래방은 성가대 지휘자인 제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무엇보다 노래방은 악보 없는 세상을 꿈꾸게 한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왜냐하면 자기 개성이나 목소리를 잃었던 대원들, 활기를 잃고 수동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하던 성가대원들이 악보를 버리는 대신 자신을 찾는 공간이 노래방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노래방에서 배우는 두 번째 교훈은 현실에서 출발하고 현실의 희로애락을 반영하는 노래만이 생생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음악이 찬양은 아니고 찬양이 되기 위한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걸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실에서 출발하고 현실을 반영하는 찬양의 중요성은 약화되지 않습니다. 노래방에서 악보의 필요를 생각하고 성가대에서 악보 없는 노래방의 자유와 현실에 뿌리내린 소리를 재연해 낼 수 있을 때 우리의 찬양은 한층 업그레이드되지 싶습니다. 악보에 충실하되 그것의 노예가 되지 않고 악보를 존중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를 늘 헤아릴 수 있는 지혜가 그리운 계절입니다.

지강유철 / 100주년기념교회 부설 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장기려, 그 사람> 저자



지은 책으로 <요셉의 회상> <안티 혹은 마이너> >장기려, 그 사람> 등이 있으며, 현재 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과 뉴스앤조이 편집위원 및 월간 <인물과사상> 전문인터뷰어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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