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피아니스트의 자격 여부를 말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자격 조건을 말할 수 있는데, 첫째는 구원의 확신이 있는 신실한 신앙인 이어야 하며 둘째는 피아노에 달란트가 있는 사람이어야 하겠다. 이렇게 본다면 교회에서 피아니스트로 일하는 대부분의 우리 모두는 다 자격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 페이지에서는 음악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피아니스트가가 가져야할 음악적 조건들에 관하여 얘기해 보도록 하겠다. 반주자가 음악적인 역할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전체 교회음악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더 나아가 예배의 침체와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 아래에 열거하는 몇가지 음악적인 조건들 혹은 자격 요소들은 좋은 피아니스트가가 되는데 필수적인 것들이라고 하겠다.




첫째로, 교회 피아니스트는 가능한 많은 찬송가들의 제목과 장들을 암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신앙생활을 오래 하는 가운데 우리는 여러 성경구절들을 기억하고 암기하게 된다. 찬송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일반 성도들도 자주 부르는 찬송들의 가사나 번호를 기억하게 된다. 누구보다 찬송가를 자주 대하는 피아니스트는 자연스럽게 찬송가들의 제목과 장이 기억되는 것 뿐만아니라 의식적으로 암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이유는 보다 효과적인 직분감당을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도들이 자주 부르는 찬송들도 분주히 찾는 피아니스트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럴 경우 시간이 지체되는 등으로 인하여 예배의 흐름이 끊어지기도 하며 또한 피아니스트 자신도 서두름으로 인하여 실수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자주 반주하는 곡들은 찬송 악보를 확인하지 않고도 바로 반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건반화성을 공부하는등 필요한 조건들을 갖추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둘째로, 교회 피아니스트는 음악적 상황에 맞는 반주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에서 해야 하는 반주의 형태는 다양한데, 회중반주, 독창반주, 찬양대 반주, 그리고 독주 등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의 피아니스트들은 찬송가에 나온 4부 악보를 그대로 모든 경우에 사용하는 사례가 있다. 사실 찬송가에 나온 4부 악보는 반주를 위한 악보가 아니라 찬송을 부르는 성도들이나 찬양대가 각자 성부를 넣어 아름답게 부를 수 있도록 만들어져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악보를 그대로 사용한다면 반주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음악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상황에 맞는 다양한 반주를 하기 위해서 반주자는 건반화성을 통하여 음악성을 길러야 한다.




셋째로, 교회 반주자는 필요시 찬송이나 복음송의 조를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은 악보의 표기된 그대로 연주하기 때문에 간혹 어려운 일을 당할 수도 있다. 교회 안에서의 다양한 음악적 상황들은 피아니스트로 하여금 융통성 있는 조성의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교회에서 사용 되고 있는 찬송가의 각 곡에 정해져 있는 조성들은 회중이 불편 없이 부를 수 있도록 조성이 정하여져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곡들에서 지나치게 높은 조성이 정해졌기 때문에 만약 그대로 반주를 한다면 회중의 입장에서는 아주 힘들게 찬송을 불러야 한다. 예를 들어, 507장의 경우 B flat 장조로 표시 되었는데 일반인들이 부르기에는 너무나 높은 음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편하게 부르기 위해서는 한음 낮춘 A flat 장조로 반주해야 한다. 이밖에도 많은 찬송들이 이렇게 조성들을 조절해 주어야 하는데 만약 반주자가 조정 능력이 없다면 그만큼 회중들이 고생하며 찬송을 부르게 되기 때문에 은혜의 체험에 장애가 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목소리는 아침에 심하게 잠겨 있기 때문에 노래를 원래의 음역으로 하기 어렵다. 그런데 많은 교회들에서는 아침 일찍 예배를 들인다. 이때 만약 피아니스트가 찬송에 나와 있는 조성들을 그대로 사용하여 반주를 한다면 아직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오지 않은 회중들이 편하게 찬송을 부를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최소한 한음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두음까지 조성을 내려 반주를 해서 부담 없이 부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만약 피아니스트가 조성을 변화하여 반주할 수 없다면 회중은 아직 잠겨 있는 목소리를 힘겹게 내어서 찬송을 해야 하며 이로 인하여 음정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




교회에서 회중뿐만 아니라 독창자를 위해서도 반주를 많이 해야 한다. 그런데 독창자의 컨디션에 따라 조를 낮추어 부르기를 원할 수도 있고 혹은 높여서 부르기를 원할 수도 있다. 피아니스트는 이러한 독창자의 필요에 잘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피아니스트가 이러한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면 독창자는 자기의 제대로 된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되는데 이것은 교회 피아니스트로서의 자격을 의심 받을 수 있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반주자의 조성 변화의 능력 부족은 다른 악기들과의 합동 연주에도 큰 지장을 준다.




넷째로, 교회 피아니스트는 전조 (Modulation)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찬송이나 복음송들을 계속하여 여러곡을 불러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 경우, 전조를 통하여 곡과 곡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전체 음악의 흐름이 부드러워 지면서 찬양자들은 한결 편한하고 은혜롭게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전조가 되지 않으면 한 곡이 끝나고 다시 다음곡을 새로 시작하게 되어 전체 흐름이 끊어지고 따라서 회중의 입장에서도 찬양을 통한 은혜를 체험하는데 지장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교회 피아니스트는 여러 형태의 반주를 상황에 따라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차분한 곡이나 서정적인 곡에는 그에 맞는 형태의 반주 유형을 사용해야 하겠고 빠르거나 리듬이 있는 곡들에는 그에 맞는 형태의 반주 유형들을 사용해야 한다. 상당수의 피아니스트들은 곡의 형태에 관계없이 고정된 반주 유형을 사용하거나 혹은 찬송가 악보를 그대로 건반으로 옮겨놓는 반주를 하는데 이럴 경우 찬송의 효과는 절반이상 줄어들며 더욱 많이 부르고 싶은 마음 보다는 그만 부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




좋은 교회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음악적으로 요구되는 다양한 상황들에 따라 다양하고 적절한 피아노 기법을 사용하여 회중이나 독창자로 하여금 가장 편안하게 찬송 및 찬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좋은 반주자는 악보에 있는 음들을 그대로 건반에 옮겨놓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변형 및 재해석하여 회중이나 독창자가 자신들의 찬양을 마음껏 부를 수 있도록 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악보에 의지하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반주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건반화성의 이해이다. 건반화성을 통하여 여러 종류의 화음들의 구조와 서로간의 관계들을 알게 되며, 멜로디가 요구하는 여러 종류의 리듬들과 반주 유형들도 이해하게 된다.




교회 피아니스트에게 있어서 건반화성은 선택 조건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건반화성을 이해하고 반주에 잘 적용할 수 있기 까지는 우선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며, 다음으로는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꾸준히 음악성을 개발하여 필요한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건반화성이 짧은 기간에 배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진도가 다를 수 있고 얻어지는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건반화성은 또한 나이가 어릴수록 배워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음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음악성의 개발 속도와 어느정도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미 건반화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반주에 적용하고 있다면 그것은 큰 축복이다. 아직 건반화성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피아니스트가 있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아직 늦지 않았다. 교회 피아니스트는 총체적인 음악성을 요구하는 전문 직분이다. 그리고 건반화성은 이러한 전문직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